나카모리 아키나 - 소녀A

中森明菜 - 少女A

80년대 초 일본 여성 아이돌계에서
마츠다 세이코의 유일한 대항마였던 나카모리 아키나.
올해 이전까지 한국의 남자들이 '소시냐 원걸이냐'
라는 명제를 두고 다투었던 것처럼
80년대 일본 남성들은
'세이코 파냐 아키나 파냐'를 두고
상대의 취향을 가늠하곤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70년대에는
'핑크 레이디 vs 캔디즈' 논쟁도 있었다.

아키나가 데뷔한 1982년은 본인을 비롯하여
코이즈미 쿄코, 이시카와 히데미 등
훌륭한 여성 아이돌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던 해인데
그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아키나가 마츠다 세이코와 2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확실히 선을 그은 전략 덕택이었다. 
청순한 이미지를 철저히 밀어붙였던 세이코와 달리
아키나 측은 다소 불량하고 섹시한 스타일을 채택했다.
말하자면 야마구치 모모에의 전략을 어느정도 계승한 셈인데
세이코의 곡들과 확실히 차별되는 이 곡부터 그렇다. 
건들건들하는 안무에다, 편곡도 록 사운드.
마츠다 세이코의 부릿코스러움을 못마땅해하는 남자들은
당연히 화끈한 아키나에게로 넘어갈 수밖에.

하지만 음악 비즈니스로서의 라이벌 구도가
한 남자를 둘러싼 진짜 라이벌로 발전하게 될 거라고는
이 때의 아키나와 세이코 본인들도 몰랐을 게다.

아키나의 출세작인 이 노래 <소녀A>에는
좀 끔찍한 내용의 우와사가 있는데
81년, 일본을 뒤집어놓았던 '신주쿠 러브호텔 연쇄살인사건'
그 실제 피해자를 모델로 했다는 게 요지.
주인공은 연쇄살인사건의 세번째 피해자로
나이도 노래 가사와 같이 17세였고
당시 언론 보도에서도 피해자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소녀A'로만 표기했다.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
다만 이후 연예계에서 난파선 신세가 되며
온갖 세간지옥에 시달려야 했던 아키나의 출발점도
이렇게 저주에 가까운 음울함에 휩싸여 있었다는 사실이
묘한 기분을 들게 한다.  
by 카오루 | 2009/11/01 10:55 | 쇼와가요대전집 | 트랙백 | 덧글(8)